매년 여의도 마포대교 부근 한강에서는 세계불꽃축제가 열린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초가을 무렵에 불꽃놀이 축제가 열리는데, 주관사는 한화(전 한국화약)로 알고 있다. 최근 서울시향(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여름밤 야외에서 오페라와 연주를 한다 하여 여의도를 찾았다. 정확히는 서울시향 공연 후반부에 대형 불꽃축제를 한다 하여, 염불보다는 잿밥에 더 마음을 두고 찾아간 여의도한강공원이었다.
그럼에도 서울시립교향악단이라 하면, 단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연주 단체 중 하나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서울시향 연주회 공연 티켓값은 비싸기도 하지만, 좋은 자리를 예매하기도 어려운 편이다. 따라서 선착순으로 원하는 좌석에 앉아서 고품격 서울시향 강변음악회 공연을 무료로 관람할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여의도한강공원 멀티플라자 : 영등포구 여의도동 84-4
서울시립교향악단 강변음악회는 '여의도한강공원 멀티플라자' 야외 공연장에서 진행되었다. 여의도 멀티플라자는 각종 행사 및 공연을 야외에서 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다.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출구를 나오면 바로 앞에 위치하며, 버스를 이용하기에도 매우 편리하는 등 대중교통 접근성이 우수하다. 또한, 여의도한강공원 제2주차장에서도 코 앞이라서 자가용을 이용하여 방문하기에도 좋다.
공연 시작 2시간 전에 여유 있게 도착하여 여의도한강시민공원을 산책하였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강변음악회 공연과는 무관하게 잔디밭 잔디광장에 돗자리나 그늘막을 펼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이 많았다.
야외에서 시원한 강바람을 쐬며 피크닉 또는 음주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들이 활짝 피어있었다. 간혹 술판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행들도 보였으나, 대체적으로 적당한 취기로 소중한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클래식 오페라 음악회에 어울리는 해 질 녘 무렵에 서울시향 여의도공원 야외 음악회가 시작하였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는 '티켓값 아끼자고 괜히 왔나?' 하는 후회감이 밀려오기 했었다. 워낙 시끌시끌하고 어수선한 한강 여의도의 분위기가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음악회와는 너무도 이질적이고 안 어울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성 사회자의 관중을 사로잡는 능숙한 진행과 함께 시작된 첫 연주에서 대다수의 관중은 금세 숨을 죽이며 연주에 집중하였다. 첫 번째 곡이 마저 끝나기도 전에 노을 지는 여의도 한강의 풍경과 무대는 하나가 되어 있었고, 시원하게 살랑 사랑 불어오는 강바람에 실린 아름다운 소리들이 하모니를 이루었다. 귀가 호강한다는 말을 이럴 때 쓰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연주와 오페라 공연이었다.
특히, 테너 백석종님이백성종 님이 열창한 '카르딜로, 무정한 마음'과 오페라 투란도트 중 '아무도 잠들지 말라'를 들으면서 순간 울컥하며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하였다. 가사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백석종 님이 애절한 감정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앞으로 백석종 님의 활동을 관심 가지고 지켜보며 응원하려 한다.
마지막 순서는 내 생에 오래도록 기억될 공연이었다. 서울시향 악단의 공연에 맞춰서 형형색색의 불꽃들이 밤하늘을 수놓는 장관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매년 한강 여의도에서 열리는 세계불꽃축제에 버금가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불꽃놀이였다.
입을 턱 벌어지게 만드는 불꽃의 모습은 익숙한 듯하면서도 경이로웠다. 아무래도 폭죽에 관여한 주관사가 한화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의 대형 불꽃축제였다. 음악과 불꽃이 하나 되어 눈과 귀를 매료시킨 서울시향의 휘날레 공연은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 마포대교를 바라보며 작년 가을경에 여의도한강공원에서 개최된 '서울세계불꽃축제'를 떠올렸다. 불꽃축제가 열리는 날이면,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몰린다. 어린 자녀를 대동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안전, 미아 등의 이유로 대규모 축제는 꺼져진다. 그래서 차 안에서 멀리서나마 불꽃을 감상하자는 심산으로 불꽃축제 행사장에서 가장 가까운 대교인 마포대교 남단과 북단을 오고 갔었다. 다행히 타이밍이 잘 맞아서 불꽃들을 바라볼 수 있었지만, 움직이는 차 안에서 바라보는 불꽃놀이는 아쉬움이 컸다.
이러한 점에서 보았을 때, 서울시향 강변음악회 불꽃공연은 화려한 공연과 불꽃놀이를 동시에 그것도 매우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감동과 만족도는 서울세계불꽃축제와 비교할 수도 없었다. 알록달록 눈부신 불꽃들이 눈앞에서 음악과 조화를 이루며 생동감 있게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장면은 내 생에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만일 내년에도 서울시립교향악단 강변음악회가 개최된다면, 꼭 일정에 맞춰서 보러 갈 계획이다. 서울세계불꽃축제는 놓쳐도, 서울시립교향악단 강변음악회는 절대 놓치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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